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에서 충격적으로 탈락하며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 후 그는 돌연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곧 사우디아라비아의 지휘봉을 잡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축구에서 신흥 강호로 자리 잡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른바 '오일머니'로 불리는 자금을 바탕으로 사우디 축구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 은골로 캉테, 스티브 제라드 등 유럽 축구계의 거물급 선수와 감독들을 대거 영입하며 주목받았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협회는 2034년 FIFA 월드컵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기반 마련의 일환으로 만치니 감독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제시하며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겼다.
만치니가 지휘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분투했다. 하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4 아시안컵에서는 16강에서 한국과 만나 승부차기 끝에 탈락했다. 이후 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요르단에 패배하고 최약체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들쭉날쭉한 성적을 거뒀다. 중국을 상대로는 승리했지만 일본에 패배하며, 바레인과는 무승부를 기록해 월드컵 본선 다이렉트 진출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졌다. 이 같은 성적은 감독과 협회 모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치니는 부임 기간 동안 사우디 선수단의 소극적인 태도와 경기력 부족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선수단 내부뿐만 아니라 축구협회와의 관계에도 긴장감을 초래했다. 특히, 만치니는 유럽 축구에서 익숙했던 강력한 전술 중심의 접근법을 사우디 선수들에게 적용하려 했지만, 이는 문화적 차이와 선수들의 준비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 결국, 사우디 축구협회는 만치니와의 계약을 2027년까지 연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계약을 조기 종료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만치니와 결별한 후에도 아시아 축구에서 신흥사다이렉트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치니 감독의 사례는 단순한 자금 투자만으로 성공을 보장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감독의 명성과 연봉만으로는 팀의 체질 개선과 성과를 담보하기 어려우며, 장기적인 계획과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는 새로운 감독을 물색하며 아시아 축구의 다크호스로서 다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월드컵 본선 직행권 확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수단의 결속력 강화와 보다 현실적인 전술 접근법을 채택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우디 축구의 미래는 만치니 이후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신흥사다이렉트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사우디는 또 어떤 전략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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